어릴 적 책상 위에 놓였던 지구본, 혹은 학교 교실 앞 벽에 걸린 세계지도. 문득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지구본과 지도는 ‘아시아가 중앙’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리적으로 중심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이어서? 아니면 단순히 우리가 아시아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사실 이 질문은 단순한 지리 문제가 아니라, 역사, 권력, 문화, 그리고 디자인 선택이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누가 세상의 중심인가?’라는 깊은 질문도 숨어 있죠.
1. 지도 디자인, 중립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도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도구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지도와 지구본의 중심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인식과 세계관의 반영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 projection)이라는 평면 투영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6세기 유럽 항해자들을 위해 제작된 이 지도는 항해에 유리했지만, 유럽을 중심에 놓은 설계였죠.
이후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유럽 중심 사고방식이 세계지도의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2. 아시아 중심 지구본, 한국에서만 그런 걸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가 중심인 지도는 동아시아에서만 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대부분의 지구본은 제작 국가에 따라 중심이 다릅니다.
예시:
- 한국에서 판매되는 지구본 – 대부분 아시아(대한민국 포함)가 중앙
- 미국판 지구본 – 태평양을 양 옆으로 두고 미국이 중심
- 영국판 지도 – 영국(GMT 기준)이 정확히 중심
즉, 지구본은 지구 전체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결국엔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중심이 달라지는 시각의 결과물입니다.
3. 디자이너가 선택한 중심은, 결국 사용자
지구본을 디자인할 때 고려되는 요소는 지리적 정확성만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방향, 교육 목적, 국가의 자긍심 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제작된 지구본이나 세계지도는 대한민국이 중앙에 있어야 교육상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아시아 중심 구도가 기본값이 된 거죠. 이는 단순히 디자인이 아닌, 사용자 경험(UX)의 반영입니다.
4. 중심을 바꾸면,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흥미롭게도 중심 위치 하나만 바꿔도 세계의 권력 구조나 인식이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가 중심인 세계지도를 보면 유럽과 미국이 양쪽에 밀려나 있고, 아프리카와 남반구 국가들이 중심적인 느낌을 줍니다.
디자인은 단지 보이는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보게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그건 곧 세계를 보는 시선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Q&A – 지구본 중심에 대한 자주 묻는 질문
Q1. 지구본이나 세계지도의 중심은 누가 결정하나요?
지도 제작자 혹은 지구본 제작사의 편집 기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국가, 문화, 교육 목적에 따라 중심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아시아가 중심인 지구본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나요?
아니요. 국가마다 중심이 다릅니다.
예: 미국판은 미국 중심, 일본판은 일본 중심, 유럽판은 영국 혹은 프랑스 중심이 일반적입니다.
Q3. 왜 전 세계 통일된 지구본 기준은 없을까요?
지구는 원형이지만, 인쇄·출판·교육 목적에 따라 편의적인 중심이 설정됩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오히려 그 다양성이 지도 디자인의 흥미로운 포인트이기도 하죠.
마무리하며 – 당신의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나요?
다시 한 번 책상 위 지구본을 들여다보세요. 익숙한 아시아 중심의 시선 속에 담긴 문화적 습관, 사용자 중심 UX, 역사적 흔적까지 함께 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늘 보던 세상이 디자인 선택 하나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지도나 지구본을 넘어서, ‘시선을 설계하는 디자인’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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